다큐라인 2009. 8. 24. 01:56

용은 상상의 동물이다. 인간이 만들어 낸 상상의 동물로는 봉황, 기린, 해태를 비롯하여 백호, 주작, 현무 등 신비로운 능력과 상징성을 지닌 동물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용은 그 권위와 조화로운 능력에 있어서 단연 압도적이다.

인간은 용에게 다른 동물이 가지고 있는 최상의 무기를 모두 갖추게 하고 이에 더하여 무궁무진한 조화능력을 부여하였다. 최고의 권위를 지닌 최상의 동물인 용, 이러한 용의 힘에 의탁하여 인간은 끝없는 이상과 꿈을 펼치기도 하였고 벽사기복과 무병장수를 소망하였으며, 때로 권선징악의 교훈을 스스로에게 깨우쳐 주기도 하였다. 용에 대한 관념은 고대 이집트, 바빌로니아, 중국, 인도 등 문명의 발상지를 중심으로 발전되어 왔다. 특히 동양에서는 용에 대한 숭배사상이 확고한 위치를 확보하여, 수천 년 동안 동양인의 마음과 정신세계를 지배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용은 우리의 문화와 사상, 생활양식을 논할 때 뗄 수 없는 밀접한 관련을 가진 신비의 동물로서 그 의미와 상징성은 생활 전반에 걸쳐 풍부하고 다채로운 문화의 꽃을 피우기에 모자람이 없는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용에 관한 수많은 신화, 설화, 전설은 용에 대한 신앙, 사상, 문학과 미술의 형태로 발전하여 왔으며, 민속과 민간신앙, 각종 지명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생활과 의식구조에 가장 밀접하고 깊이있게 자리잡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라인들은 나라를 지키는 호국룡을 탄생시켜, 우리의 사상사에서 빛나는 호국정신의 극치를 이루기도 하였다.
이처럼 용은 단순히 조화로운 능력자로서만이 아니라, 나라를 지키고 천지의 조화에 순응하는 신성한 영물로서 우리 민족의 의식과 정서 속에 독특한 상징성을 지켜왔다. 인간의 상상이 만들어 낸 불가사의한 동물인 용, 용은 창조된 것이기에 그 설정 자체에서부터 의미 부여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통해 옛 사람들의 의식구조와 사고방식을 더욱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 아닐 수 없다.
龍은 무엇인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양에서는 용을 기린, 봉황, 거북과 더불어상서로운 사령의 하나로 인식하여 왔다. 용은 인간이 상상으로 만들어 낸 동물이지만, 오랜 옛날부터 상상으로 정형화된 뚜렷한 형상을 지니고 있다.  '용' 이라 말할 때 우리 모두의 머릿속에 떠올려 지는 독특한 형태적인 특징은, 구름과 함께 긴 몸을 굽이굽이 틀며 여의주를 물고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모습이다. 관련학자들은 용의 모습이 뇌성, 괴운, 회오리바람, 번갯불, 폭우 등과 밀접한 관련하에 탄생되었다고 보고 있다. 용의 이미지가 승천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고, 은나라 때 뇌운문에서 용의 형태가 도상적으로 나타나게 되었다는 점 등은, 용이 단순한 상상의 동물잎 아니라 인간의 마음과 자연 현상이 융합하여 탄생된 신비로운 창조물이라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중국문헌 <광아(廣雅)> 익조에 따르면 용의 모습은 아홉 가지 다른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1)낙타의 머리에, 2)사슴의 뿔, 3)토끼의 눈과, 4)소의 귀에, 5)목덜미는 뱀과 같고, 6)배는 조개와 같으며, 7)잉어의 비늘에 8)호랑이의 발, 9)매의 발톱을 가졌다고 하였다. 또한 비늘을 양의 수 9가 중복된 81개로 되어 있고, 구리로 만든 쟁반을 울리는 듯한 우렁차고 힘있는 소리를 내며, 입 주위에는 긴 수염, 턱 밑에는 구슬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용의 조화 능력에 관해서는 <관자(管子)> 수지편에서, "용은 물에서 나며, 그 색깔은 오색을 마음대로 변화시키는 조화능력이 있는 신이다. 작아지고자 하면 번데기처럼 작게 오므라들 수 있고 커지고자 하면 천지를 덮을 만큼 부풀 수 있다. 높이 오르고자 하면 구름 위로 치솟을 수 있고, 밑으로 내려가고자 하면 깊은 샘 속의 밑바닥까지 잠길 수 있는 변화유일하고 상하무시(上下無時)한 신이다"라고 하였고, <설문(說文)>에서는 "능히 어둡거나 밝을 수 있고 가늘거나 커질 수 있으며 짧거나 기어질 수 있다. 춘분에 하늘에 오르고 추분에 연못에 잠긴다"고 하였다.
이처럼 날짐승, 들짐승, 물에 사는 짐승의 복합적인 형태로 이루어진 기상천외한 모습과 천변만화하는 조화능력을 가진 용은 뭇 동물 중의 우두머리, 힘과 조화의 최고자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회남자>에서는 모든 동물은 용을 조상으로 한다고 하였고, <본초강목>에서는 비늘을 가진 것들의 우두머리라 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최고자로서의 용의 위치는 권위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왕권이나 왕위의 상징물로 그 위치를 굳히게 되었다. 즉 임금의 얼굴을 용안, 임금의 덕을 용덕, 그 지위를 용위라 하였고, 임금이 앉는 자리를 용상, 용좌, 임금이 입는 옷을 용의, 용포, 임금이 타는 수레를 용가, 용거, 임금이 타는 배를 용가라 하였으며, 심지어 임금이 흘리는 눈물을 용루라하였다. 임금이 즉위하는 것을 용비(龍飛)라 하였는데, 조선 세종 때 목조에서 태종에 이르는 선조 여섯대의 행적과 공덕을 찬양하기 위해 지은 <용비어천가>의 제목과 내용도 이러한 맥락으로 일관되어 있다.

 

용에는 각기 성격이 다른 아홉 아들이 있다고 하였는데, 명나라의 호승지가 쓴 <진주선(眞珠船)>의 내용을 중심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1. 비희: 패하라고도 하며, 모양은 거북을 닮았다. 무거운 것을 지기를 좋아하여 돌

비 아래에 놓는다.

2. 이문:조풍 또는 치미라고도 하며, 모양은 짐승을 닮았다. 먼 곳을 바라보기 위해

    높고 험한 곳을 좋아하며, 화재를 누를 수 있어 전각의 지붕 위에 세운다.

3. 포뢰:모양은 용을 닮았고, 울기를 좋아하여 범종의 상부 고리에 매단다. 포뢰용

     은 특히 바다의 고래를 무서워하므로 종을 치는 당목은 고래 모양을 취하

    여, 포뢰를 겁주어 더욱 우렁차고 힘차게 울리도록 한다.

4. 폐안:헌장이라고도 하며, 모양은 호랑이를 닮았다. 위력이 있으므로 옥문에 세우

    거나 관아의 지붕에 장식한다.

5. 도철:치문(蚩吻)이라고도 하며, 먹고 마시는 것을 좋아하므로 주로 솥의 뚜껑에

    세우거나, 식기, 반기에 시문한다.

6. 공하:범공이라고도 하며, 물을 좋아하여 다리의 기둥에 세운다.

7. 애차:살생을 좋아하므로 칼의 콧등이나 손잡이에 조각한다.

8. 산예:금예라고도 하며, 모양은 사자를 닮았다. 연기와 불을 좋아하여 향로에 새

    기며 또한 앉기를 좋아하여 불좌나 용좌에 쓴다.

9.초도:모양이 나방을 닮았다. 닫기를 좋아하여 문고리에 붙인다.

 

이외에도 각종 문헌에는 용의 새끼를 교룡(蛟龍), 뿔이 없는 용을 이룡, 날개를 가진 용을 응룡(應龍), 물을 좋아하는 용을 청룡(靑龍), 불을 좋아하는 용을 (火龍), 울기를 좋아하는 용을 명룡(鳴龍) 등이라 하여 그 종류와 성격 및 특성이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