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래도 雀酌作

오늘은 내가 쏜다


처음이라는 말은 없어 시작이 없듯 마지막이라는 말도 없어 끝이 없으므로 처음 울던 아이가 마지막으로 울던 날이거나 처음 등 돌린 서로가 마지막으로 등 돌린 날이란 건 없어 있을 수 있는 처음과 마지막 사이는 어디쯤일까 처음 찾아가 서성이던 골목 언저리 어디쯤에서 멈춘 마지막 걸음을 돌려 오늘은 니가 쏜다 겹칠 볼펜 낙서를 또 다시 읽어 입구였던 문엔 붕장어, 오징어들이 살아서 죽기살기로 들러붙는 산낙지 흡판들이 시뻘건 고무장갑 손아귀에 뜯겨 나가는 수족관이거나 바다의 내장이 되고 댕그랑 어서 오세요 '오늘은 내가 쏜다' 횟집 간판 밑 풍경은 녹 슬어가고 처음 잔을 채우고 마지막 잔을 비우는 동안 풀색 플라스틱 바구니 하모니카 풍짝대던 껌팔이 장님의 소맷부리 쥐색 내복은 언제 처음 올이 풀리다 멈췄을까 투두득 풀려나간 복직의 끝을 기다리며 마지막 잔을 채워 마시는 그러쥔 네 술잔의 잘려나간 손가락 하나. 쏠 때 맞아라 윙크하는 유성 싸인펜 낙서에 키득이며 담배불을 댕기는 네 손가락 길이만한 불꽃을 손모금에 가둬 담배를 빨면 붉게 살아나던 안전 경광등.  댕그랑 안녕히 가세요 강남예식장 윗길 가물막 오늘은 내가 쏜다 간이 횟집을 빠져 나가던 "처음엔 나도 있었다. " 손가락만한 장탄의 뇌관을 타격하는 공이 같은 말. 댕그랑 오랜만이네요. 마지막 잔도 첫 잔도 방아쇠뭉치가 되어 산탄 같은 눈물을 쏘던, 처음엔 있었던 그대 마지막 슬픔을 오늘은 내가 쏜다.  


'그래도 雀酌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늘숭어  (0) 2009.04.04
고란사 편지  (0) 2009.04.01
살며, 돌아보며  (0) 2009.03.30
다시 꺼내는 사진>HD다큐 나비야, 울력 가자  (0) 2009.03.26
간판, 혹은 Title  (0) 2009.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