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쟁이들이 젤로 겁나라 하는 건 방송 펑크지요.
정해진 시간, 편성표에 옥죄인 그 방송시간은 프로그램에 가담한
스텝들의 목숨줄과도 같아요.
그 중 PD와 작가가 젤로 방송시간에 예민할 수 밖에 없는데
촬영감독이야 촬영 기간만 애쓰면 그 뿐이고,
음악, 미술 모두 가편 끝나고, 종편 끝나면
그 즈음에 등장해 제 역할을 다 하면 그 뿐인데
PD, 작가는 프로그램의 막을 올리고 내리는 사람이라
방송시간에 프로그램 갖다 대는 데 피가 마르지요.
근데 장담해요. KBS 방송 펑크 납니다요.
가뜩이나, 필드에서 몸으로 뛰는 제작 PD는 늘상 그 수가 모자라고,
정규프로그램 돌리려면 사람 노릇 못하고 살만큼
쫓겨 사는 게 PD인데, 그나마 동료이자 왠수인 작가가 어깨 겯고
그 험한 길 함께 가니 고만고만 넘어가던 것을...
구성작가 여러분, 시위 하지 마세요.
고냥 두고 보면서 맨날 땀구멍 퍽퍽 늘려
밤새 축낸 몸 추스리세요.
두 달도 못 갑니다.
동안 재충전하고 여행도 가고,
궁핍한 대로 되려 주어지는 여유 누리세요.
아이템 내고, 취재하고 촬영콘티 짜 넘기고,
현장 돌발 상황 전화로 응대해 주고
프리뷰에 편집 콘티 짜 넘기고, 원고 쓰고...
늘 붙어 챙기니 제 가치를 망각한 거지요.
아, 한 달도 못갈 수 있겠네요.
개 중 작가 없이 한 걸음도 떼지 못하는
PD들 생각하면요.
KBS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한 축을 맡아왔던 작가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KBS 사측의 잇따른 조치 때문이다. KBS 사측은 지난해 가을 개편과 올해 봄 개편 과정에서 작가들의 원고료를 각 10%씩, 모두 20%를 삭감한 바 있다. 그렇지 않아도 KBS는 다른 방송사들에 비해 작가 원고료가 매우 박한 편이었기 때문에 작가들은 반발했지만, 결국 일을 계속해야 하는 작가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경비절감 위한 PD집필제 도입
그런데 지난 번 봄 개편에서 사측이 다시 들고 나온 것이 PD집필제. 간단히 말해, 작가가 써왔던 원고를 이제 PD가 쓰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PD집필제가 전면 시행되면 작가는 설 자리가 없게 되고, 극단적으로 방송작가라는 직종이 사라질 수도 있다.
KBS 사측이 PD집필제 도입 명분으로 내세운 것이 PD의 경쟁력 강화였지만, 사실은 작가들이 하던 일을 PD에게 맡겨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경영환경이 좋지않은 방송사들이 경비절감을 한다는데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이 PD집필제는 사실상의 ‘작가 퇴출제’라는 점에서 여러 우려를 낳고 있다.
우선은 작가들의 일자리가 계속 줄어들게 된다는 점. 현재 PD집필제는 <KBS 스페셜> <환경스페셜> <역사 추적> <걸어서 세계 속으로> <추적60분> <시청자칼럼> <6시 내고향> <풍경이 있는 여행> <과학카페> <30분 다큐> <생방송 세상의 아침 토요일편> 등에서 전면 혹은 부분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그런데 KBS측은 다음 가을 개편때 <소비자 고발> <생로병사의 비밀> <다큐3일>등에서도 PD집필제를 실시하여 계속 확대해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렇게 되면 특히 교양.시사 프로그램을 만들어왔던 작가들의 설 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다음으로 PD의 업무집중, 그에 따른 프로그램의 질 저하가 예상된다. TV 프로그램의 경우기획에서 취재, 내용 구성, 영상편집 구성, 원고에 이르는 전 과정에 작가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곤 한다. 여기서 작가가 빠지고 PD가 그 역할을 다 맡을 경우, PD가 그 일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지, 설혹 버틴다해도 프로그램의 질이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가 생긴다.
사측에서야 작가 없이도 PD가 일을 더 많이 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식의 발상인지 모르겠지만, 방송현장의 현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런 발상에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KBS 구성작가협의회는 지난 19일 비상총회를 열고 PD집필제를 전면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또한 11개 프로그램에서 실시되고 있는 PD집필제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방송작가의 퇴출위기, 방송환경의 후퇴
작가들이 더 분개하는 것은, KBS 사측이 PD집필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작가들과는 한 차례의 의논도 없이 일방적 통보만 했던 점. 그리고 PD집필제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작가들의 역할을 터무니없이 폄하했던 점이다.그동안 우리 방송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했던 작가들은 하루아침에 “현장 취재에 임하지 않은 작가가 원고를 씀으로 인해 프로그램의 공정성, 객관성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소리를 들으며 직업적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비정규직이기에 노조의 보호도 받을 수 없고, 집단적인 대처를 하기 어려운 방송작가들의 사정을 아는 사측이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일을 벌인 것이다.
이는 단지 방송작가들의 밥그릇을 지키는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 방송의 제작환경이 뒷걸음질치게 되는 문제이다. 일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비용 면에서의 효율성만 내세우는 불도저식 발상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우려된다.KBS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채널을 보유한 공영방송사이고, 따라서 가장 많은 작가들이 일해왔던 곳이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좋은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함께 해왔던 그들이 느닷없이 쓸모없는 존재로 매도당하며 퇴출의 압력에 직면해 있다.
노조가 없는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과연 그들만의 문제로 방치되는 것이 옳은가. KBS노조와 PD협회 등에서도 응당 KBS 작가들의 문제에 함께 힘을 모아주는 것이 도리이다. 사실 PD집필제는 PD들이 먼저 거부하고 나섰어야 할 사안인데, PD들은 이병순 사장의 밀어붙이기식 일방통행에 주눅이 들어서인지 작가들만이 거부하고 나서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방송작가들은 우리가 즐겨 보고 듣는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뒤에서 궂은 일들을 마다하지 않고 해왔다. 그런데 지금 그들이 모멸을 당하며 생존의 위협을 당하고 있다. 우리가 KBS 방송작가들의 생존권투쟁을 외롭게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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