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성암 큰 방 공사가 한창이었어요.
새로 바른 장판에 도포종이를 깔고
스님들은 둘러 모였더랬죠.
비구니 최초 명사법계 품서.
몸이 불편해 그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정화스님의 품서 전달식이 견서암 큰 방에서 있었어요.
예정에 없던 촬영이었지만 그 행사에 저희는 있었어요.
서기 스님이 그러셨어요.
"정화스님 영정사진으로 쓸 수 있게 사진 좀 찍어주시면 안될까요?"
차마 놀래실까 후레시 터뜨리지 못하겠던
단아한... 정화스님.
줄마삭 억새 휘어지던 가을 그 날
도량에 두런두런 의자 펼쳐 앉은 스님들
"찍습니다, 하나... 둘... 셋!"
도 없이 셔터를 눌렀어요.
바람 스치는 허공의 순간.
기념사진은 그렇게
순간의 존재를 놓아보내는 일인지 몰라요.
왜 스님이 되려하는가?
물으면
그 왜 땜에 스님이 된다하고
스님이 무엇인가?
다시 물으면
그 무엇이 스님이라 하고
그래도 또 같은 말을 물으면
그 땐 같은 답말 대신
이 사진 한 장 꺼내
보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