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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라인 포커스

2014년, 4K 대중화 시대를 기대하며


4K시대 과연 열리는가?


-카메라를 중심으로 지켜본 최근의 디지탈 워크플로-


지난 2013년, 가장 큰 이슈는 4K였다.

2012년까지만 해도 S3D(스테레오스코픽-좌우 시각차로 인한 입체화면)가 영상시대의 새로운 물결이면서 당장 실현해야 될 과제인 것처럼 보였다. 그 중심에는 영화 '아바타'가 있었다. 영상 관련 기관이나 오피니언 리더들은 연달아 S3D 기술 세미나를 열거나 교육생들을 대거 배출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교육은 정상적인 S3D 제작 보다는 기존의 2D 화면을 S3D로 전환하는 기술 인력을 대량 방출하는데 치우쳤다. 이른바 '빨리 빨리' 문화가 S3D에도 적용된 셈이다. 그리고 S3D의 질적 하락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나는 일찍부터 한국의 그러한 S3D 열풍이 일시적인 현상일 뿐 결코 S3D가 다음 영상세대 대체 주자는 아니라고 역설 한 바 있다. 당시의 폭발적인 관심은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일 뿐이었다. 과거 미국 입체영화 역사가 그걸 입증해주고 있다. 자료를 보면 아바타와 같은 관심 상승곡선이 미국 입체영화 역사에서 10년 주기로 계속 반복되어 왔던 것이다. 아바타 이후의 S3D에 대한 들뜬 분위기는 지난 2013년 갑자기 관심 밖으로 사라진 듯 했다. 그리고 오직 4K만이 영상업계의 중심 주제였다.



4K란 무엇인가? 

쉽게 말해 영상 화면을 가로 세로 줄을 그어 칸을 만들었을 경우, 그 한 칸을 픽셀이라고 할 때 그 칸들이 가로 기준 4천개가 있다는 말이다. 꼭 4천개가 아니더라도 HD 가로 기준인 1920의 2배가 되는 3840도 4K로 간주한다. 혹자는 이 화면 사이즈를 가리켜 HD 화면 크기의 4배라 하여 쿼드 HD라 부르기도 한다. 

어쨌든 가로 4천개 픽셀이 위쪽으로 HD 1080의 두 배인 2천개 쯤 높이 올라가면 HD의 약 4배 크기 화면을 구성하게 된다. 그런데 과연 그런 점들이 얼마나 정교하게 표현되고 또 사람의 눈으로 과연 얼마나 인식할 수 있느냐에 따라 4K의 기술력 내지는 존재가치 기준이 될 수 있겠다.


4K는 먼저 카메라부터 이야기하는 게 순서일 거 같다. 

레드 카메라가 처음 나왔을 때 4K는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처음부터 카메라 업체나 후반작업 업체 내지는 극장 배급 업체들 간에 기술적 '협의'가 먼저 있거나 그런 거 없었다. 언제나 그래왔듯 카메라 업계가 선두에서 시스템 분위기를 주도한 셈이었다. 나머지는 그냥 따라가는 식이었다. 이후에 발표되는 4K 카메라들 역시 그냥 새로운 신기술을 자랑하며 팔면 되었다. 그리고 후반업체들은 새로운 시스템 소화시키는 프로그램을 부지런히 개발하였고 덩달아 컴퓨터를 비롯 모니터 제조업체들도 성능향상에 열을 올렸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마지막 단계인 상영 단계에서 제동이 걸렸다. 영화관의 4K 프로젝터가 워낙 고가이다 보니 극장에서 영사기를 4K로 바꾸는 작업에 그리 쉽게 엄두를 못 내었다. 그래서 편집은 물론 색 보정이나 마스터링 작업은 2K 화면 사이즈를 줄였다. 결국 카메라만 4K였을 뿐 극장에 배급되는 영화는 한 동안 2K였던 셈이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4K와 2K가 공존하는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4K의 대중화

2014년 올해를 기점으로 아무리 돈 없는 저예산 영화라도 부담 없이 4K 카메라를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그 포문을 연 대표주자가 미화 3,995$ 블랙매직 프러덕션 4K 카메라이다. 이 카메라를 시작으로 저가의 4K 카메라가 다수 발표되었다. 이제 4K가 대중화되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여기서 한마디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대개 카메라 업체들은 물건을 팔 때 후반 작업 해결책을 어느 정도는 제공해준다. 즉 카메라가 저장하는 파일을 다룰 별도 프로그램을 만들어 공급해준다. 레드 카메라가 그랬고 블랙매직 카메라의 경우 아예 색보정 프로그램을 공짜로 얹혀주기도 한다. 그런데 일부 회사 제품의 경우는 '나머지는 알아서 하세요' 식이다. 심지어 카메라에 영상물 저장장치가 있어야 됨에도 불구하고 '그마저도 알아서 하세요' 식인 카메라도 있다. 캐논의 C500이 대표적 일예다. 그런데 블랙매직 카메라에는 적어도 그런 문제는 없다. 즉 별도로 추가해야 되는 악세사리 비용 부담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4K를 구체적으로 논하기에 앞서 우선 영화관객 내지는 TV 시청자 입장에서 4K의 효용 가치를 살펴 볼 필요가 있을 거 같다. 

먼저 TV 쪽부터 살펴보자. HD 방송이 겨우 몇 년 지났을 뿐인데 방송국들은 이제 4K 방송을 준비한다고 한다. 지난 HD 방송 기간 동안 기대했던 만큼의 HD 화질을 시청자들이 만끽했는가 묻고 싶다. 비록 주관적이긴 하지만 나는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어쩌다 구경하는 HD 방송은 노이즈가 심해 제대로 된 고화질 영상을 뿌려주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모니터 자체가 1920*1080을 정확히 구현해주는 '물건'이 아니었고 또한 방송전파가 케이블 지역방송국을 거치다 보니 또 한 차례 노이즈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처음 기대했던 HD 방송을 본 적이 별로 없는 셈이다. 그럼 4K방송은 과연 어떨까. 만약 HD와 4K를 정확하게 구현해주는 모니터를 나란히 두고 비교해본다면  그 화질 차이를 느낄 수 있을까? 답은 육안으로 봤을 때 그 차이를 구분 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 

무슨 말인가 하면 가령 4K 30인치 모니터와 HD 30인치 모니터가 나란히 있다고 가정했을 때 그 차이는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렵다. 내가 후반작업 할 때 모니터 상에서 자주 목격한 바다. 모니터에 눈을 가까이 대고 본다면 식별이 조금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텔레비전을 그렇게 보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결국 모니터가 60인치 이상은 되어야 육안으로 구별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보다 확연한 4K 효과를 위해선 80인치나 100인치 정도는 되어야 한다. 4K세미나 같은데서 보면 그런 차이를 확연히 구별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정도 크기의 화면이라면 모니터가 방이나 거실 한 벽면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럼 모니터 가격과 설치가 또 문제가 될 수 있다. 아마도 짐작하건데 4K가 상용화되려면 지금의 방식을 완전히 탈피, 모니터가 종이처럼 얇은 벽걸이 형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제작 단가를 혁신적으로 낮추는 기술을 누군가 개발할 것이다.


TV 이야기는 이쯤 해두자. 어차피 송출 규격이나 확정된 건 현재 아무것도 없는 셈이니까. 영화로 넘어가자. 영화는 2K와 4K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대형화면의 고화질 효과는 오래 전 이미 경험해본 바 있다. 바로 IMAX 영화다. 보통 영화관 스크린 4배 크기 정도의 IMAX 영화는 멀리서 봤을 때, 그러니까 영화관 맨 뒷자리에서 감상했을 때 화면의 압도감은 별로 느끼지 못한다. 가까이 앉을 수록 화면 속에 빠져드는 느낌의 효과는 배로 증가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약 10여 미터의 일반 스크린 경우는 맨 가까이에 앉아서 영화 감상할 경우 눈이 피로하다. 왜냐면 스크린을 채우고 있는 화면의 입자(필름의 경우) 내지는 픽셀(디지탈 상영)이 거칠기 때문이다. 즉 영상을 구성하고 있는 점들이 가까이 앉아있다 보니 눈에 띄게 보이고 그로 인해 거친 영상이 된다. 그래서 눈의 피로감이 가증되는 것이다. TV를 너무 가까이 앉아서 보면 화면이 거칠게 보이면서 눈이 피곤해지는 것과 동일한 현상이다. 


그런데 만약 스크린에 고화질 영상을 투사할 경우 그런 문제는 사라진다. 아무리 스크린 가까이 앉아 감상하더라도 눈의 피로감은 없다. 오히려 엄청난 영상 세계 속에 몰입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래서 IMAX의 그런 효과는 일반 극장에서 어느 정도 가능할 수 있다. 4K 내지는 8K로 상영하는 영화를 맨 앞에서 감상할 경우라면 말이다. 앞으로 모든 영화관이 4K 이상으로 상영하게 된다면 영화의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질 수도 있겠다. 


잠깐 샛길로 빠져보자. 그렇다고 고화질 영화를 감상할 때 항상 맨 앞자리가 좋다는 것은 아니다. 앞의 다른 글에서 썼듯 영화관에서 가장 좋은 자리는 객석 한 가운데에서 약간 뒤에 물러난 자리다. 영화관 설계 시 이곳을 기준으로 좌우 스피커를 비롯, 모든 서라운드 음향시스템이 배치가 된다. 또한 S3D 입체영화 경우에도 스크린과 객석간의 거리에 따라 그 효과가 다른데 입체효과가 가장 잘 나타날 수 있는 기준점이 바로 그 자리가 된다. 



4K 영화제작 소개에 앞서

이제 영화제작상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앞서 밝혔듯 누구든 4K 영화를 아주 저렴하게 제작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 볼 때 2014년 4K 시장 주도권 게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당연 블랙매직의 4K 스튜디오 카메라이다. 왜냐면 그 외의 카메라는 바디 자체만 볼 때 가격이 좀 저렴할지 모르지만 추가 장비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본론을 시작하기 전에 선을 짚고 가야 될 부분이 있다.

 

4K 카메라도 찍었다 해서 무조건 화질이 보장된다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칼자이츠 렌즈로 찍었다 해서 모든 영상이 다 죽여주는 그림이 되는 건 아니라는 논리와 같다. 나는 지금까지 4K 카메라로 찍은 허접한 영상을 많이 봐왔으며, 또 칼자이츠 렌즈로 찍은 선예도 너저분한 영상물도 후반작업에서 많이 다뤄봤다. 그런데 많은 제작자들이 다른 부분에서는 돈 아끼면서도 장비 대여료만큼은 예산 초과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장비는 참 좋은 걸 썼다고 안심 반, 자랑 반 삼아 이야기한다. 부족한 예산은 인건비를 저렴하게 책정하는 것으로 해결한다. 경우에 따라 무보수 내지는 재능기부를 요구한다. 결코 프로에 대한 올바른 접근법은 아니라고 본다. 경험삼아 고급카메라를 잡아보고 싶은 촬영자라면 모를까. 


거듭, 비싼 고급 장비가 좋은 영상을 보장하는 건 결코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결국은 사람이 영화를 찍는다. 그리고 영상의 퀄러티는 작업 참여자의 경험과 숙련도에서 나온다. 장비는 실력자의 실력을 발휘하는데 있어 서포트 해주는 도구에 불과하다. 결국 실력자를 작업에 참여시키는 게 우선이지 장비를 사람보다 앞세워서는 결코 좋은 영상이 나올 수 없다. 


나만의 억지 논리가 아니다. 유수의 '프로'들이 만든 '작품'들은 그런 식으로 만들어졌다. 저가의 블랙매직 카메라마저도 쓸 예산이 안된다면 그 보다 더 저렴한 카메라를 선택하고 실력 있는 촬영자를 섭외하는 인건비로 쓰는 게 현명한 판단이라고 본다. 


말을 바꿔보자. 실력 있는 촬영자에게 당신에게 인건비 주기 위해 카메라 사용료를 낮출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한다면 그 촬영자는 자신의 모든 능력을 발휘하며 혼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 일예를 들어보자. 찍을 영화가 4K로 배급해야 된다 치자. 그런데 참여하게 된 실력자는 HD 카메라를 잡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진짜 실력자라면 카메라를 탓하지 않는다. 먼저 감각의 앵글로 시선을 붙잡는 미장센을 구현한다. 그리고 4K로 배급할 방법을 찾는다. 그리고 찾게 된다. 바로 HD를 4K로 UP 컨버팅한다. 비용이 별도로 드는 것도 아니다. 화질 저하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물론 4K 카메라와 아주 똑같은 퀄러티가 될 수는 없겠지만 4K 카메라로 어설프게 찍은 작업자의 영상보다 훨씬 단단하고 퀄러티 있는 영상물을 얻게 된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바닥에 그런 정도 실력 있는 촬영자를 만나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이 시대 저예산 영화계의 딜레마라면 또 딜레마이다. 


서두가 너무 길었다. 길수밖에 없는 것이 4K 영화 워크플로를 소개 하는 마당에 4K 카메라 하나만 이야기하게 되면 카메라 자체만이 영화제작의 전부인양 오도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영화의 영상 퀄러티는 4K 화면 사이즈 자체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점이다. 또 4K가 화질의 모든 걸 결정짓는 기준점이 될 수도 없다. 영상화질의 대한 논의는 뒤에 다시 언급하겠다. 



4K 카메라 종류 

현재 시중에 발매가 되었거나 앞으로 시장에 풀릴 카메라를 대략 구분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프로급 카메라 선별 기준은 RAW파일 저장이 가능하냐에 있다. 일반적으로 카메라는 렌즈를 투과해 들어온 영상을 센서에서 읽어내 정보를 가공한 다음 압축을 하게 되는데 아무런 가공이나 압축을 하지 않은 내용물을 우리는 RAW 파일이라고 한다. 



두 번째 프로급 카메라 기준은 센서 크기에 있다. 기본적으로 수퍼 35미리 센서 크기면 프로급 카메라로 보아도 무난하다. 센서의 크기 비교는 앞의 다른 글에서 언급하였으므로 생략하겠다. 

그런데 4K 카메라 중에서도 센서 크기가 아주 작거나 RAW 파일 기록이 안 되는 카메라도 있다. 이는 제품 프로덕션 디자인할 때에 프로슈머 용이냐, 또는 컨슈머 용이냐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 즉 마켓팅 기획에 따라 일반 소비자 대상 제품은 센서 크기나 RAW 파일 저장에 신경 쓸 필요가 없을 것이다. 대체적으로 프로슈머 대상 카메라 RED나 Arri, SONY등의 고가 장비는 위에서 언급한 프로급 카메라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저가형 카메라에도 프로급 카메라 요구에 충족한 카메라가 있다.  








캐논 C500 

가격 : 22,999$

자체 바디에 4K녹화 안 된다. 별도의 고가장비인 4K RAW 레코더나 2K로 기록할 시엔 AJA의 외부레코더인 KiPRO quad(3,995$)나 KiPRO mini를 연결해줘야 된다. 그 외 HD 동영상을 녹화하려면 CF카드를 꽂아야 되고 정지영상을 기록하려면 SD카드를 꽂아야 된다. 참 복잡하다.









레드 스칼렛X 

가격 : 11,650$ (SSD와 렌즈 마운트 부착 시 가격) 

레드 카메라는 무엇보다 HDR(Hyper Dynamic Range)중점을 둔 듯싶다. HDR방식은 간단히 말해 강한 햇살로 인해 화면이 날릴 수 있는 장면을 보완해주기 위한 이중 노출 기록방식이다. 즉 노출 오버되는 부분은 조리개를 조여 주는 동시에 같은 영상 안의 실내 장면은 조리개를 열어준다. 이런 이중 노출 화면을 나중에 색 보정할 때 두개의 노출 정보를 합쳐 적정 노출이 되게 하는 방식이다.









소니 PXW - Z100

가격 : 4,498$

센서 1/2.3인치. 모델명에 Z를 붙인 건 옛날 Z1의 계보를 이어가겠다는 의미인 거 같다. MPEG-4 AVC 압축방식이다. Mpeg는 앞서 언급했듯 편집용 코덱이 아니다. 그러나 방송용이라든가 카메라 자체 저장용으로서는 압축 코덱으로서 훌륭한 점이 있다.  




JVC GY - HMQ10 

가격 : 4,995$

센서 1/2.3인치. 소니의 PXW-Z100과 비슷한 스펙이다. 사실 JVC 카메라에 대해 잠시 언급하자면 예전부터 소니나 파나소닉 카메라에 못지않게 기술력은 뛰어났다. 선두진영에 있는 건 분명한데 지금껏 항상 주목을 받지 못한 면이 있다. HD 초창기에도 그랬고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HD 카메라는 S3D 촬영 때 자주 쓰인다.   








블랙매직 디자인 - 4K 스튜디오 카메라

가격 : 3,995$

프로급 카메라 요건인 RAW 파일 기록과 수퍼 35미리 사이즈 센서를 부착하고 있다. 보다시피 가격도 제일 저렴하다.

또 다른 프로급 카메라와 달리 추가 악세사리를 부착해줄 필요도 없다. 그냥 렌즈만 사서 끼워주면 끝이다. 











블랙매직 카메라가 프로급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어쨌든 블랙매직 카메라는 스펙은 프로급이면서 가격은 또 제일 저렴하다. 상식을 좀 벗어난 가격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가격이 이처럼 저렴한데 다른 프로급 카메라와 성능 면에서 동일할 수 있을까? 뭔가 가격 차이 나는 만큼 성능 면에서 빠진 게 있지 않을까? 

빠진 건 있지만 성능 면에서 부족한 건 없다. '영화'를 찍기 위해서라면 말이다. 가족 기념 돌잔치나 웨딩을 찍기 위해서는 위에 언급한 컨슈머용을 써야 될 것이다.  


그럼 블랙매직 카메라가 저가이면서 프로급 카메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 절대적인 요인이자 비밀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프로들 요구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프로들이 꼭 필요하다고 여기는 건 제작설계에 집어넣고 나머지는 다 빼냈다. 제작 단가만 높이는, 없어도 그만인 건 다 빼버렸기 때문에 프로의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단가는 낮출 수 있었던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카메라가 영화 제작용인데 별 쓸모없으면서 가격만 높이는 게 뭐가 있을까? 먼저 센서가 스캔한 영상을 가공하는 장치일 것이다. 센서에서 캡처한 영상물을 일체 가공하거나 압축하지 않고 바로 원본 RAW 파일로 저장을 하게 되면, 바디 사이즈도 줄이면서 동시에 단가도 낮출 수 있다는 게 블랙매직의 프러덕션 기획 아이디어인 셈이다. 거기에다 저장 방식 또한 별도 저장장치를 달게 되면 복잡해지고 비용도 늘어날까봐 아예 바디 안에다 SSD를 집어넣을 수 있게 해주었다. 


카메라는 항상 저장 방식이 문제다. 잠시 컨슈머용 카메라의 저장 장치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카메라 신제품 평가는 기록 영상 화질에서 이뤄진다. 그런데 고화질로 저장하자니 저장용량 때문에 카메라 덩치가 커진다. 또 휴대하기 편하게 하자니 압축하여 저장 장치를 줄일 수 밖에 없다. 그러면 또 화질이 떨어진다.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카메라에 기록된 영상이 눈으로 보기에 이상 없을 정도의 최대치까지 압축을 할 수밖에 없다. 카메라 제작사가 제품 홍보에 활용 하는 건 바로 여기까지의 영상이다. 그게 무슨 말인가? 


자사 제품으로 찍은 영상을 TV나 컴퓨터로 보는데 화질이 죽이면 그걸로 된다는 말이다. 편집이나 색보정 등의 가공을 하면? 그건 우리(카메라회사) 소관이 아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컨슈머 제품들은 찍은 걸 그대로 보는 데는 아무런 문제없다. 아무리 고압축 코덱으로 저장하더라도 아기 돌잔치 찍은 거 컴퓨터로 플레이 하는 데는 무리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걸 편집하게 되면 문제는 시작된다. 연산이 복잡해지니 컴퓨터가 열 받고, 열 받은 거 식히려고 팬이 돌기 시작한다. 색이라도 좀 고치면? 화질이 뭉개진다. 


그럼 문제도 생기지 않고 화질도 좋게 하려면? 일단 카메라가 압축을 하지 말아야 된다. 그럼 저장장치가 커지게 되는데? 그래서 프로급 카메라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연구해왔다. 그 중의 하나가 용량도 줄이면서 화질도 고수하는 방법으로서 RAW 파일 저장방식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그 때문에 그간의 프로급 카메라는 덩치가 좀 컸었다. 무압축 저장 문제는 나중에 다시 논하기로 하자. 일단 여기서는 프로 카메라의 RAW파일 저장 방식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겠다. 


고압축 코덱 편집에 대해 한마디만 덧붙이자. 요즘 판매되는 편집 프로그램들은 고압축 파일을 다룰 때 컴퓨터의 CPU보다는 그래픽카드의 코어를 활용한다. CPU는 코어가 많아야 6개 내지는 8개인데 그래픽 카드는 그간 엄청난 발전을 이뤄내 코어가 100여개 넘는 건 기본이다. 프리미어 프로 등은 엔비디아 회사 그래픽 카드의 일명 쿠다엔진을 활용하고 파이널 컷 프로 텐은 라데온 회사 그래픽 카드의 오픈 시엘을 활용한다. 반면 예전 프로그램들은 CPU만으로 연산을 했었다. 요즘도 FCP 7을 쓰긴 하는데 하드웨어 활용의 차이로 속도 면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다시 카메라 저장방식으로 돌아가자. 초창기 레드 카메라는 RAW 파일을 비용 안 들게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 꽤 공을 들였다. RAW 파일은 용량이 제법 되기 때문에 저장 속도가 빨라야 된다. 그래서 고안해낸 방법은 일반 하드디스크 두개를 레이드0으로 묶어 기록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일반 하드디스크는 컴퓨터 부품 중에서 가장 낙후된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셈인데 잘 될 리 없었다. 하드디스크를 억지로 비교하자면 지금 같은 디지털 시대에 과거 레코드판 같은 곳에 기록하는 방식인 셈이다. 당연히 이동 촬영 시엔 진동으로 인한 에러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초창기 레드카메라 사용자들은 그런 사항을 인터넷 글에 많이 호소했었다. 반면 지금 블랙매직이 사용하는 SSD는 플레쉬 메모리 방식이기 때문에 기록 속도나 안정성 면에서 별 문제 없다. 


마지막으로 블랙매직 카메라의 가격을 낮춘 요인은 저장 코덱에 있다. 보통 프로급 카메라 제작사들은 제품 발표할 때 자신의 카메라에 사용할 코덱을 개발하게 된다. 그래서 RAW 파일로 기록한다 할지라도 카메라마다 파일 구조 방식이 다르다. 그렇게 통일되어있지 않다보니 일테면 레드 같은 경우 확장자가 R3D가 붙는다. 소니F65나 ARRI 경우도 각자의 확장자가 있다. 새로운 카메라 발표될 때 마다 코덱이 다르니 후반작업이 복잡해도 한참 복잡해진다. 그런 중에 후반작업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adobe가 openDNG를 개발하였다. 나름 RAW 파일을 통일해보자는 심산에서 무료 오픈하였지만 다들 시큰둥하였고 때맞춰 블랙매직에서 이 파일을 자신의 카메라 기록방식으로 차용하였다. 코덱 개발비에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카메라 단가 낮추는데 일조 한 셈이다.  



RAW에 대한 오해와 진실

많은 사람들이 RAW 파일에 대한 오해 중의 하나는 바로 RAW 파일에 대한 과신이다. 일테면 RAW 파일로 기록하면 노출 오버된 부분이 살아있을 텐데 비디오 기록이라서 날아가게 됐다는 식이다. 아무리 RAW 파일로 기록해도 노출 오버나 노출 언더일 경우에는 센서가 피사체 정보를 읽어낼 수 없다. 렌즈를 투과해 들어온 이미지를 센서가 스캔하는 중에 노출 오버인 경우는 하얗게 날리게 되고 언더일 경우는 까만색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번 하얗게 날려버린 상황이 되면 그 곳에 아무런 정보가 없다. 때문에 색보정 시에 이미 사라진 정보를 되살릴 방법이 없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레드가 고안해 낸 게 HDR(Hyper Dynamic Range) 기록방식이다. 쉽게 말해 한 영상 안에 밝기 차이가 나는 두 곳의 노출 값을 동시에 기록하는 방식이다. 노출이 지나치게 밝은 곳은 조리개를 전자방식으로 조여 기록하고 다른 곳의 기록은 디테일을 담기 위해 조리개를 열어 동시에 두 가지 방식으로 저장한다. 나중에 다빈치 등의 색보정 프로그램에서 이 둘의 정보 값을 합치게 되면 밝은 곳의 디테일을 살려낼 수가 있다. 이런 셋팅을 설정할 수 없는 카메라는 적절한 콘트라스트를 조명으로 해결해야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RAW 파일이 '정보 값을 세밀히 담아낸다'는 점에서 오해가 없어야 된다. RAW 파일의 디테일한 정보 값이란 밝은 곳과 어두운 곳 사이의 계층을 디테일하게 담아낸다는 것이지 한번 노출 오버나 언더 된 문제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 문제를 좀 더 기술적으로 자세히 알아보자. 일반 비디오 파일과 RAW 파일의 차이점은 한마디로 센서로 들어온 정보 값을 가공한 것이냐 안 한 것이냐 인데 그 가공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콘트라스트 문제이다. 가공된 비디오 파일은 콘트라스트가 RAW보다 강하다. 그 밝고 어두움의 계층구조가 급격하다보니 8비트인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10비트인 경우도 밝고 어두움 사이의 디테일이 RAW 파일에 비해 손실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같은 장면의 RAW 파일과 비디오 파일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면 비디오 파일은 콘트라스트가 조정 되어 있어 쨍하게 제대로 된 영상을 보여주는 반면 RAW 파일은 왠지 뿌옇고 잘못 찍힌 영상처럼 딱 오해받기 좋게 생겼다. 그런데 이렇게 된 영상이 촬영 잘 된 것이라고 알면 무리 없겠다. 사실 콘트라스트는 후반 색 보정 작업에서 할 일이지 굳이 카메라 안에서 할 일은 아니다. 



RAW 파일의 bit

화질을 논하는데 우리는 한동안 화면 사이즈만을 기준으로 삼기도 했다. DV시대를 거쳐 HD 시대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4K 시대로 접어든 마당에 화면 사이즈 비교는 더 이상 관심거리가 되지 못한다. 

이제 4K 카메라 시대로 넘어와서 따져볼 게 하나가 더 늘었다. 바로 몇 비트로 기록되는 카메라이냐이다. 복잡하다고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과거 고가품의 프로급 카메라에서나 논의 되었던 문제를 이제 저렴한 카메라 중에서도 선택 기준으로 삼는 행복한 고민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bit(비트)는 바로 암부와 명부 간의 디테일 묘사 단위이다.

가공 안된 RAW 파일로 기록되는 경우 그라데이션 (Gradation)이 비디오보다 훨씬 촘촘하다. 즉 밝고 어두운 곳의 간격 계층이 비디오처럼 급격하거나 거칠게 이어지지 않고 보다 촘촘하면서 부드럽게 이어진다. 과거 비디오 시절에는 8비트와 10비트 화질 차이를 논했다면 지금은 12비트냐 16비트냐를 비교하는 시대가 되었다. 



RAW 파일의 색공간

마지막 세 번째는 색 샘플링인데 카메라 센서가 캡처하는 컬러에는 당연히 레드, 그린, 블루가 균등하게 들어있다. 그런데 일반 컨슈머 카메라의 압축과정에서 많은 양의 색 정보가 버려지게 된다. 즉 4:4:4가 아닌 4:2:2이나 심지어 4:2:0인 경우도 있다. 모니터 상 육안으로 볼 때 이런 색 정보 차이는 구별하기 어렵다. 그러나 색 보정 작업 시에 확연하게 차이 난다. 이미 솎아내져 없는 색 정보를 가지고 늘이거나 줄이는 작업을 하다보면 색이 너저분해진다. 당연 저 화질로 가는 건 시간문제다. 화질을 이야기할 때 화면 사이즈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이 색 공간이다. 


잠시 소니 베타캠 시절을 돌아가 보자. 배타캠은 체격은 컸지만 뒤에 나온 카메라인 DV보다 가로 기준 640으로 화면 사이즈가 약간 작았다. DV 카메라는 크기도 작고 가격도 엄청 낮았지만 화면 사이즈는 베타캠보다 720으로 약간 컸다. 그래서 그 옛날? 그 시절에 아날로그 배타캠이 DV보다 화질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화면 사이즈가 작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DV는 색 샘플링이 4:2:0이고 베타캠은 4:2:2이다. 약간 작은 화면 사이즈의 베타캠이 DV보다 더 윤기 있고 선명했던 건 바로 색 정보 차이였기 때문이다. 그런 색 정보 차이를 무시한 채 오직 화면 사이즈만을 기준삼아 화질을 논했던 게 기억된다. 여하튼 당시에도 프로 작업자는 DV의 색 샘플링이 4:2:0이라면 4:2:2로 '색 보간' 작업을 해주었다. 그러나 원본에서 색 정보가 충분히 있는 거하곤 또 다른 문제였다.



별도 저장방식  

2011년 소니가 F3를 발매하였다. 수퍼35미리 센서를 달고 나와 저예산 영화 제작하는 사람들에게 꽤나 주목을 받았었다. 당시엔 대단한 카메라 중의 하나였으나 4년 지난 지금 그 카메라는 잊혀져가는 기억 속의 제품이 되었다. 당시 그 카메라가 나름 주목을 받은 이유는 센서 사이즈도 있었지만 무압축 저장이 가능하다는 데 있었다. F3는 동시에 두 가지 방식으로 기록할 수 있었다. S*S라는 카드에 녹화를 하면서 동시에 무압축 HD-SDI 듀얼 링크방식으로 녹화를 할 수 있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똑같은 영상을 하나는 편집용 저 화질로, 그리고 또 하나는 마스터 품질의 고화질로 저장을 하는 방식이었다. 옛날 필름 시절로 비교하자면 카메라 하나에 수퍼 35미리 필름으로 촬영하면서 동시에 편집용 16미리에 기록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야기의 요점은 이 편집용으로 저장하는 S*S 카드의 내용은 그냥 편집용의 프록시(가짜?) 파일뿐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 카드에 담긴 내용은 Long GOP방식으로 압축이 된 거라 결코 편집용으로도 적합하지는 않았다. 


전에 쓴 글에서 설명했다시피 Mpeg Long GOP 방식은 편집용으로 개발된 게 아니다. 그냥 카메라 기록용일 뿐이다. 편집용 파일은 초당 24장의 그림이 저장되어야 하는 게 원칙이다. 그래야 편집 점 아무 곳에서나 자르기가 쉽다. 그런데 GOP (Group Of Picture) 방식은 비슷하게 보이는 그림은 생략하여 저장하는 방식이라 만약 중간에 자르면 컴퓨터가 연산 작용을 거쳐야 된다. 그렇게 해서 잘린 부분을 한 장의 그림으로 복원해서 보여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편집 작업이 당연 느리고 복잡하다. 

어쨌든 소니는 후반작업 편집을 배려한다면서 이런 식으로 제품 디자인을 했고 많은 사람들은 이런 차이를 무시한 채 이 카드만을 가지고 편집한 뒤 마스터까지 뽑기도 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제대로 된 무압축 영상을 얻기 위해서는 소니가 판매하는 별도의 저장치를 구입해야 되는데 그게 또 고가이다. 좀 저렴하다는 별도 저장 장치 서드파티 제품 (타 회사 중소기업 제품)도 있긴 있었다. 카메라에서 나오는 무압축을 받아 고품질의 코덱으로 저장해주는 제품들 일테면 나노 플레쉬라든가 뭐 그런 제품들이 있었는데 그게 또 카메라 자체하고는 달리 8비트밖에 지원이 안되었다. 색 깊이에서 8비트와 10비트는 아마추어와 프로 차이다.

 

이런 옛날이야기를 서두에 장황하게 꺼낸 이유는 그간의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인 카메라 프러덕션 디자인의 제 문제를 블랙매직의 4K카메라가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상상 이상의 저 가격에! 스튜디오 카메라는 손바닥보다 작은 SSD 하드 하나만 끼워주면 끝이다. 그럼 가공 없는 원본 화질로 저장이 된다. 더 이상 비싸고 복잡한 부속품을 별도 구입할 필요도 없다. 마침내 블랙매직 카메라가 성능과 가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아 프로들의 바램과 기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별도 저장에 관해 좀 더 옛날이야기를 해보자. 소니 F3가 무압축 저장 방식을 내놓기 전부터 많은 유저내지 프로들은 센서에서 읽어낸 영상 정보를 가공 없이 그대로 담아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DV 시절엔 카메라에다 커다란 무압축 저장장치를 달아서 촬영하는 방식이 소개되기도 했다. 그 카메라 주인공은 파나소닉의 DVX100이다. 당시 최초로 24P(필름처럼 초당 24프레임 기록하는 방식)여서 획기적인 이 카메라는 많은 저예산 영화감독들이 선호하는 카메라중의 하나였다. 바로 이 카메라에 무압축 장치를 달아 테스트를 해보니 24P만으로도 대단한 카메라였는데도 불구하고 이 무압축 영상은 놀라움 그 자체였던 걸로 기억된다.  


그런 무압축 저장 실험은 계속 이어져왔다. HD 초창기 카메라인 소니 F900 같은 경우 커다란 무압축 장치를 카메라에 케이블로 연결하여 저장하는 시스템을 세미나에서 본적이 있다. 그 저장 장치가 작은 책상크기 만해서 레일로 밀고 다녀야 될 정도였다. 사실 무압축은 그 용량이 엄청나다. DV사이즈도 아니고 HD 영상일 경우 무압축으로 저장하려면 하드디스크 여러 개를 단일 하드처럼 저장되는 Raid-0으로 묶어줘야 가능하다. 또 당시 하드디스크는 지금처럼 속도가 빠르지 못한데다 용량도 작았으니 추가되는 하드디스크는 많아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무압축에 대응하는 코덱 

그런 무압축의 용량 부담은 후반작업에도 이어졌다. 마지막 마스터링을 고화질로 (=화질 손실 없이) 뽑아내기 위해 무압축을 선택해야 했고 그래서 컴퓨터 옆에는 컴퓨터 크기만 한 별도의 저장 장치가 구비되어야했다. 그런 중에 무압축의 용량 문제를 해결하고 나선 주가가 있었다. 무압축과 비슷한 화질을 보존하면서 용량은 비약적으로 줄인 이른바 새로운 '발명품'을 애플과 아비드에서 각각 내놓았던 것이다. 그 '발명품'은 바로 애플의 ProRes 코덱과 아비드의 DNxHD 코덱이다. 

이 코덱들은 몇 세대를 거쳐도 화질 손실이 거의 없을 정도로 우수하다. 다시 말해 편집을 한 뒤 렌더를 걸어 마스터를 뽑거나 하여 또 이 파일을 가지고 다른 작업을 한다 해도 즉, 한 세대를 거치는 작업을 하더라도 화질 저하가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ProRes는 용도에 따라 4가지 종류가 있는데 422HQ같은 경우 2K작업을 진행하는데 무리가 없으며 HD 방송물 같은 경우는 그 아래 단계인 ProRes422을 쓴다.  

그리고 ProRes 코덱은 카메라 저장방식으로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카메라에 처음 이 코덱 기록 방식을 도입한 게 영화 카메라의 지존이라고 할 수 있는 ARRI이고 이번에 블랙매직이 그 바통을 이어가게 되었다. 그래서 또한 오랫동안의 염원이었던 카메라의 무압축 저장방식이 '현실성 있게' 실현 된 것이다. 



RAW 파일과 비디오 선택기준

촬영을 얼마나 신경 써서 잘했느냐에 따라 그 결과물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논리다. 또 RAW 파일 기록 방식이 항상 비디오 저장방식보다 뛰어난 건 아니다. 그럼 ProRes나 RAW 기록방식을 같이 제공하는 블랙매직 카메라 같은 경우 어떤 걸 택해야할까? 그건 주어진 작업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감독과 촬영자의 선택의 문제일 것이다. 


다큐 같은 영화를 굳이 RAW 파일로 기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또 작업 완성시간이 촉박한데 편집 프로그램에서 플레이도 안 되는 RAW 파일로 촬영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고 좀 심하게 표현하면 촬영자가 RAW 파일 기록 방식의 '차이' 만큼 '차이'나게 촬영할 실력이 안된다면 굳이 RAW 파일로 기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빛의 예술인 영화를 셈세한 빛의 터치로 카메라에 담아내는데 있어 그 미학과 기술의 정확한 이해가 있다면 당연 RAW 파일로 기록해야 될 것이다. 



마무리

이번에 시장에 풀리게 되는 블랙매직 스튜디오 카메라의 장점에 대해 디지털 기본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알아듣기 쉬게 설명해보자는 취지해서 이 글을 썼다. 좀 장황한 감도 없지 않지만 나의 평소 지론대로 쉽게 설명하면서 내용면에서는 충분히 깊이 있게 다루었다 자부한다. 시나리오 하나만을 파고들며 디지털 기술 발전에 무심 할 수밖에 없었던 감독이 이 글을 읽게 된다면 디지털 카메라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파악하였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 다시 물어볼 필요 없이 지금까지 이야기 한 내용정도 알고 있으면 충분하다. 또한 기술 흐름을 잠시 놓친 제작자도 예산 오류나 낭비를 줄이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오직 저예산영화 제작을 겸하고 있는 감독이나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을 위해서 썼다고 거듭 밝혔다. 

일반 상업영화는 유능한 실력자들이 포진하고 있어 지금까지 말한 상식적인 내용들이야 잘 알고 있기에 감독이나 프로듀서들은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다. 반면 저예산 영화는 마지막 순간까지 감독이 외장하드 하나 들고서 작업 단계들을 거쳐 가야 되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 과정에서 제대로 된 작업자를 만나지 못해 뭐가 한번 꼬이게 되면 그 단계에서 그냥 끝이다. 감독 혼자 그 모든 잘못을 안고 가야된다. 반면 일반 상업영화는 참여자 자신의 이름이 곧 자존심이기 때문에 끝까지 책임을 진다. 저예산 영화는 그런 거 없다. 참여자는 잠시 일하다 한번 떠나면 그만인 게 대부분 내가 경험한 경우이다. 그래서 감독이 디지털에 대해 기본적인 걸 모르면 그 모르는 만큼 시간과 돈에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비근한 일예를 들어보자. 영화는 24프레임으로 돌아가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상식 중에 상식이다. 필름 시절엔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기계가 자동으로 24 프레임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 세계 모든 카메라가 디지털로 바뀌면서 카메라 셋팅에는 24프레임 말고도 여러 가지 선택할 수 있게 되어있다. 그런데 복잡하게 뭘 찾아 선택하고 할 거 없이 그냥 카메라 출고 셋팅 값인 60i로 찍었다 치자! 60p도 아니고 60i다! 그리고 촬영 중간에 어쩌고저쩌고 사정이 있어 촬영자가 두어 차례 바뀌게 되었다. 마지막 촬영자가 인계받으면서 카메라를 잡고 보니 60i로 설정되어 있는 것이다. 깜짝 놀라 왜 이렇게 찍었냐 물으니 그냥 맨 처음 찍었던 사람이 그렇게 해 놓았고 두 번째 사람도 '분위기?' 바뀔까봐 계속 그렇게 찍었단다. 그리고 나중에 변환할 생각이었단다. 변환? 어떻게? 변환 못한다. 아니, 하려면 할 수는 있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비슷하게' 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든다.

 

옛날 티브이 초창기 시절 방송전파 대역폭을 줄이기 위해 고안해 낸 게 60i 인터레이스드 방식이다. 한 프레임을 가로로 쭉-쭉 오려낸 A 그림을 전파로 먼저 쏘고 다음 B 그림을 또 전파로 쏘면 브라운관에서 하나의 그림으로 읽어내는 방식이다. 즉 TV는 날아오는 60i 반쪽짜리 프레임을 매번 합쳐 줘야 된다. 그럼 편집에서는 어떻게 되는가? 먼저 60i를 30P 프레임으로 만들어 줘야 될 것이다. 초당 30 프레임 돌아가는 그 영상을 다시 24 개로 추려내야 되는데 그런 작업들이 이론상 그렇다는 거지 문제는 그런 작업을 '완벽하게' 해내는 프로그램이나 장비가 없다는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테라넥스라는 고가 장비가 있긴 있는데 그 장비로 한들 별반 달라질게 없다. 그냥 '비슷하게' 뽑아낼 수 있다. 그리고 시간과 비용이 든다. 

물론 마구잡이식 방법이 있긴 있다. 편집 프로그램을 24P로 셋팅해 놓고 그냥 잡아 돌리면 60i가 24p로 되긴 된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시라. 앞서 설명 드렸듯 가로로 줄이 간 반쪽짜리 영상을 다시 붙여 하나의 그림으로 만들고 그걸 다시 초당 24 프레임으로 추려내야 되는데 잘 되겠는가. 결과 영상물은 심하게 말해 떡이 된다. 못 믿겠으면 한번 실험해보시라. 


비약이 심한가? 최소한 그런 실수는 안하는데 독자를 너무 무시한다고 생각하시는가? 잘 알고 계시다면 다행이지만 최근 내가 실제 경험한 일이다. 또 좀 수준 있게 자문 해주는 '상상마당' 같은 사이트에도 어쩌다 가끔씩 올라오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 사이트에서도 지금 내가 말한 내용과 별반 다름없이 설명하면서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실수'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작업 참여자는 그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전혀 감을 못 잡는데 있다. 이글은 읽는 제작자겸 감독님들은 그런 비슷한 우에 빠지지 않게 되기를 바라마지않는다.


지금껏 블랙매직 카메라에 대해 열변해왔지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파나소닉에서옛날 초창기 DV 시절처럼 뭔가 획기적인 '물건' 하나를 내놓을 거란 이야기가 있다. 지금의 GH3 다음 버전에서 파격적인 가격대로 4K 카메라를 선보일 거란 루머이다. 그렇게 된다면 진짜 새로운 '물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파나소닉은 사실 지나온 과거에도 그래왔듯 항상 선구자적인 뭐가 있었다. 캐논의 동영상 촬영되는 스틸 카메라 오두막이 고가?에 팔리는 동안 파나소닉의 GH2는 훨씬 저렴하면서도 성능은 뛰어났었다. 그런 파나소닉의 차별화는 DV시절에도 그랬고 그 전에도 항상 소니의 라이벌이었다. 만약 파나소닉이 GH4에서 스틸 카메라 가격대에 4K를 선보인다면 4K 시장 판세는 다시 한 번 예측불허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다. 

이 글을 쓰는 2004년 2월 현재, 그간의 루머를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다. 가격은 블랙매직 카메라 절반대인 미화 2천 달러 내외. 명칭은 GH4가 될지 모르겠지만 스틸 겸용이라기 보다는 동영상에 치중된 카메라가 될 것이고 스틸은 부수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저장 방식은 내부에 압축코덱으로 저장하거나 4K 지원되는 HDMI 1.4 무압축을 선택할 수 있다. 그밖에 사운드 녹음을 위해 캐논 단자를 부착할 수 있다.  

그 외 4K 지원되는 렌즈를 라이카등의 회사에서 만들 것이다. 

차후 이 말이 루머에 그친다 할지라도 나는 이 글을 수정할 생각이 없다. 왜냐면 꼭 파나소닉 아니더라도 누군가 가정용 스틸 카메라 가격대에서 제대로 쓸만한  4K카메라를 내놓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출처 : http://cafe.naver.com/omegafilm/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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