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지도를 편다
갈 수 있겠니...
여와보천 정조위
푸른 물결 위를
걸어서 혹은,
흘러서라도
갈 수 있겠니,
항아가 새초롬히
눈 흘기는... 녹오산
울며 너를
잡아 먹는
애기마냥 고조가
울고 있는,
좌표도 없는
저 길 저 끝점을 향해
갈 수 있겠니...
1.
브라인더 내려진 창이다. 어둠이 얼비치는 식은 커피가 마저 식어가는 동안 산해경 갈피에서 알 하나가 굴러 나온다. 망사 핏줄 선연히 얽힌 그래 이제 너를 품으라는 거냐. 품어 얼마를 더 견뎌 눈도 코도 입마저도 없는 얼굴을 하고 "세상이 시작됐어" 말하라는 거냐. 껍질을 깨고 내 깨어진 정수리의 크레바스에서 빛도 어둠도 경계도 없이 그녀가 걸어나온다. "내가 세상이야" 혼돈주식회사 양계장 닭들이 전구빛에 눈멀어 가는 동안 이상하다 탯줄에 매달린 무정란들이 컴퓨터 자궁에서 기어나온다.
2.
너를 삭제하고도 부팅할 때마다 '사랑해', '죽도록', ' 너만을' '잘 자요' 되살아나는 너의 시스템 파일들. 너의 경로를 헤매는 내 둔탁한 레지스트들. '파일을 찾을 수 없음' '심각한 오류 발생' 으로 멈춰선 내 생의 드라이브가 빠르게 포맷되고 있다. 휘발하는 너의 이름 소멸하는 사유의 유효기간이 점멸하는 밤. 재부팅되는 길 끝에서 문득정전이 되고 저장되지 않은 약속들이 일시에 증발된다.
3.
뾰로퉁한 앵초꽃들 진다홍 눈망울을 또록이며 흘겨보는 밤길을 걸어 너를 두드린다. 무사한가 담뱃불을 붙이다 손끝을 태우고 홍대 가는 길 천장 낮은 보쌈집 들밀이문을 열고 들어서는 너의 빈 바람에 흩어지는 담배모금들. 술 한잔에 책장을 넘기면 산해경 갈피마다 새초롬히 등 돌려 웃는 슬픈 눈매의 여와가 네가 천장 아래 백골 한 줌으로 사위어 간다.
눈 흘기는... 녹오산
울며 너를
잡아 먹는
애기마냥 고조가
울고 있는,
좌표도 없는
저 길 저 끝점을 향해
갈 수 있겠니...
브라인더 내려진 창이다. 어둠이 얼비치는 식은 커피가 마저 식어가는 동안 산해경 갈피에서 알 하나가 굴러 나온다. 망사 핏줄 선연히 얽힌 그래 이제 너를 품으라는 거냐. 품어 얼마를 더 견뎌 눈도 코도 입마저도 없는 얼굴을 하고 "세상이 시작됐어" 말하라는 거냐. 껍질을 깨고 내 깨어진 정수리의 크레바스에서 빛도 어둠도 경계도 없이 그녀가 걸어나온다. "내가 세상이야" 혼돈주식회사 양계장 닭들이 전구빛에 눈멀어 가는 동안 이상하다 탯줄에 매달린 무정란들이 컴퓨터 자궁에서 기어나온다.
너를 삭제하고도 부팅할 때마다 '사랑해', '죽도록', ' 너만을' '잘 자요' 되살아나는 너의 시스템 파일들. 너의 경로를 헤매는 내 둔탁한 레지스트들. '파일을 찾을 수 없음' '심각한 오류 발생' 으로 멈춰선 내 생의 드라이브가 빠르게 포맷되고 있다. 휘발하는 너의 이름 소멸하는 사유의 유효기간이 점멸하는 밤. 재부팅되는 길 끝에서 문득정전이 되고 저장되지 않은 약속들이 일시에 증발된다.
뾰로퉁한 앵초꽃들 진다홍 눈망울을 또록이며 흘겨보는 밤길을 걸어 너를 두드린다. 무사한가 담뱃불을 붙이다 손끝을 태우고 홍대 가는 길 천장 낮은 보쌈집 들밀이문을 열고 들어서는 너의 빈 바람에 흩어지는 담배모금들. 술 한잔에 책장을 넘기면 산해경 갈피마다 새초롬히 등 돌려 웃는 슬픈 눈매의 여와가 네가 천장 아래 백골 한 줌으로 사위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