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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雀酌作

하늘숭어



비가 끊기면 하늘길도 끊기는구나 하늘에 흐르는 연채색 지상의 풍경들 내려서거나 닿을 수 없는 지상의 몸 하나 적셔 올리기 위해 하나의 빗방울로 무리져 와아아아 쏟아지던 빗줄기들 수직꺽쇠로 하늘과 지상을 그렇게 촘촘히 붙들었었구나

자동우산을 펴면 비 내리는 하늘길은 얼마나 가까웁더냐 남루한 어깨와 어깨의 높낮이 사이로 저 먼저 흘러가는 빗물들 흘러가 먼저 섞일 그 무엇을 기다리는 내내 비걸음으로 스치는 사람과 사람들 사이 비가 끊기면 그렇구나 지상과 하늘길도 끊기는구나

비 저린 바지단을 거슬러 오르는 온 몸으로 뒤척임인 하늘숭어의 눈부신 물비늘들 몸 섞인 비웅덩이만한 눈동자를 껌뻑이며 끊긴 하늘 길목을 헤메는구나 우산을 접으면 네게로 가는 하늘길도 접혀 내려서거나 닿을 수 없는 하늘숭어 한 마리 호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 끊긴 길 위를 무리져 스쳐 흐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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