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쥑일 놈의 다큐

휴먼다큐-막장 안전 명장



사람과 사람_'막장 안전 명장, 이 강덕'(KBS1TV)

 (갱도 시야컷 1':00")

길은 지상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길은 지하 땅 끝에도 있다.
더는 내려 설 곳도, 내디딜 곳도 없는 절대적인 어둠. 헬맷 램프가 비추는 희미한 어둠 저편의 세상은 적막하기만 하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무슨 일이 일어난데도 도리가 없는 세상. 막장은 그런 죽음을 담보로 하는 시커먼 두려움이다. 그래서 종교처럼 안전지상주의에 매달리는 그 곳을
사람들은 막장이라 부른다.
 
(막장서 주의 주는 이+광원 15" / 현장음 스파; 본인 아픔은 말할 것도 없고~)

(얘기하는 이 08")
탄가루에 잔소리를 묻히는 이 강덕씨. 그는 막장 안전 이상 무를 외쳐온 막장안전의 명장이다.

(title+S-Title) <사람과 사람들-막장 명장 이 강덕>

(광업소 사무실 전경 06", 지도 위의 얘기 07" / 현장음 계속)

(얘기하는 이 BS. 09", 얘기하고 듣는 04")
첫눈에도 깐깐해 보이는 도계광업소 안전부장 이 강덕씨는 작업조 안전점검으로 신경을 곤두세운 채 하루 일을 시작한다.

(탈의실 가는 09" / 현장 그림 계속)
(옷 갈아 입는 10", 안전모 쓰는 05" / 현장그림 계속)

(걸어와 광차 탄다 12", 광차 타고 갱도 10")
아침 근무조인 갑방 작업조가 일을 시작했을 시간. 이 강덕씨도 광차에 몸을 실으며 시커멓게 입 벌린 갱 속으로 곤두박질 한다.

(내려가는 천장 07" / 현장음 계속, 얘기하는 둘 19" / 현장음 자막 계속; 가동율은 어때
요, 좋다.)
설 연휴를 앞둔 오늘, 아무래도 광원들은 딴 생각에 팔려 있기 쉬울 터였다. 하지만 사고에 연휴가 있던가. 오늘도 잔소리 꽤나 퍼부어야 할 모양이다.

(천장 시야 컷 06", 이 강덕 BS. 06", 측벽 시야컷 10")
막장으로 가는 갱도는 1,000M 이상 지하 땅끝까지 이어진다. 그 어둔 통로가 이제 이 강덕씨에겐 동네 골목처럼 눈에 편하다.

(간판 06", 걸어오는 이 강덕 13")
먼지 많기로 소문난 동덕갱은 해수면 그 아래까지 파고 들었다. 갱 입구에서 1,300미터. 그리고도 2킬로미터를 더 걸어 들어가야 막장 문턱에 닿는다.

(계단 오른다 08" / 현장 그림 계속)
(올라오는 이 강덕 17")
그렇다고 바로 눈 앞이 막장은 아니다. 수직갱의 가파른 갱도를 등반하며 턱에 숨을 붙이고서야 동덕갱 막장의 탄가루를 밟을 수 있다.

(지팡이로 천장 부목 건드리며 08" / 현장음 계속, 얘기 듣는 광원 07", 쭈구려 얘기하는 14")
빗나가기를 바랬는데 예상은 적중했다. 설연휴 때문에 작업을 서두른 광원 한 명이 안전조치를 미뤄두고 있었다. 갱내에선 덮어둘 실수란 없다. 안전조치만이 사고 예방의 안전핀이다. 그것을 확인시키는 이 강덕씨의 말 끝에 날이 서있다.

(작업하는 광원 31")
탄맥 한 뼘 뒤의 일을 예상할 수 없는 것이 막장이다. 그래서 막장 붕락때 대피할 대피소 안전조치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광원들은 작업량에 매달려 산다. 탄 캐는 일에 몰두하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자칫 후방 안전조치가 미흡해지기도 한다. 이강덕씨가 시시콜콜 단속하는 것 중의 하나가 그런 후방 안전조치다.

(광원 PAN. 막장 26", 얘기 듣는 광원 04")
모든 갱은 동발이라 부르는 지지대로 지탱된다. 엊그제 세운 대피소 동발이 삐꺽대기 시작했다. 짐이라 부르는 땅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면 동발들은 휘파람 소리 같은 신음을 내지른다. 지하 통로에서 울려오는 동발들의 휘파람 소리. 그것은 사고를 부르는 조짐이다.

(얘기하는 이 강덕 12" / 현장음 계속)
동발 보수작업은 노련한 경험과 기술을 필요로 하는 여간 위험한 작업이 아니다.

(INT. 41" / 현장음 계속; ~제일 위험한 작업입니까? 네.)

(굴착, 줄삽작업 31")
갱내 작업은 이제 물집 잡혀 움켜쥐던 삽과 곡괭이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갱내 최일선 막장까지 기계작업이 들어와 광원들은 크게 일 손을 던 형편이다. 하지만 기계작업으로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골칫거리가 탄가루다.

(떨어지는 석탄+분무+설명하는 이 20")
분진마스크 착용엄수. 분무작업으로 탄가루를 가라앉혀라 아무리 닦달을 해보지만 이 강덕씨도 탄가루 문제만큼은 속수무책.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절감하곤 한다.

(광업소 부감 03", 갱구서 나오는 인차 10" / 현장그림 계속)
(걸어오는 광원들 09", 충전실 10")
오후 5시 갑방조가 8시간의 작업을 마치고 갱에서 나오는 퇴갱 시간이다. 도계광업소는 갑,을,병 3개 작업반이 8시간 3교대 작업으로 24시간 채탄작업을 한다.

(담배 든 손, 뿜는 이 강덕 12")
지상에서의 담배 한 대. 그 연기 속엔 그의 지난 35년 막장살이가 묻어있다.

(자료사진 11")
그가 탄광에 발을 들인 것은 고향 삼척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그 해였다. 그렇게 시작한 탄광 일은 이제 지나온 그의 청춘이고 그가 살아낸 세월의 모든 배경이 되었다.

(도계읍 부감 05" / 현장 그림 계속)
(도계 거리 풍경 14", 낡은 주택 12", 언덕 위 사택 09")
노다지 타령이 무색하지 않게 석탄경기가 우쭐대던 그 때 도계는 참으로 좋았었다. 하지만 요즘 도계는 부쩍 스산함을 탄다. 세월 탓으로 치면 그럴수도 있겠거니 싶은데도 눈에 밟히는 빈 집들이며 썰물나듯 휑덩그레 남겨진 즐비한 사택들 앞에서 이 강덕씨는 아무래도 우울함을 지울 수 없다.

(화차 13")
석탄차도 이젠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고. 지나온 35년 세상. 달라지기에 짧지 않은 세월이었나 보다.

(도계 5일장 FS. 06", 부인과 친구+이 15")
썩 내키지 않은 장보기였다. 그렇다고 차마 아내의 청을 뿌리칠 수도 없고 해서 별 수 없이 따라나선 길이었다.

(해물 ~ 신발노점 20")
개들도 만원짜리만 물고 다닌다던 우스개 소리가 무색해진 요즘, 설밑 5일장이라고 해도 장마당은 예전과 달리 한산하기만 하다.

(끈 묶는 이 강덕 뒤 따르고 16")
장에만 나서면 짐꾼 달고 다니듯 끌고 다니는 아내가 오늘이라고 그 질색인 일을 면해 줄리 만무했다.

(봉투 건네준다 11" / 현장 그림 계속)
(담배 댕기는 이 08", 직원과 서 있는 이 05")
탄광에선 안전부장, 시장에선 짐꾼부장. 슬그머니 빠져 나온 이 강덕씨는 남이 볼까 무섭다. 그런데 기어이 아는 얼굴을 만난 이 강덕씨. 하지만 그 역시 장보기에 징집된 처지이긴 마찬가지였다.

(순대 먹는 15")
아내의 장보기 수발에 무료해진 그는 쑥스럼도 면해볼 겸 아예 순대집에 진을 쳤다.

(집으로 오는 14" / 현장음 계속)
(반기는 딸들, 얼굴 어르는 20" )
집에는 공부 때문에 서울 생활을 하는 아이들이 와있었다.

(가족 사진 06")
2남 2녀. 그에게 재산이라면 큰 재산인 4남매였다.

(큰딸 TU. BS. PAN 12", 막내 08")
일문학과를 나온 큰 딸 화실이는 단단히 일본 유학을 벼르고 있는 눈치지만 2년 뒤에 정년을 맞는 그에겐 고1인 막내 뒷바라지만으로도 벅찬 형편이다.

(얘기하는 부인+큰딸 21")
~ 흘리다가 ~
공부도 좋지만 스물일곱 먹도록 시집갈 생각이 없는 큰딸이 이 강덕씨에겐 은근한 걱정거리다.

(둘째와 이 12")
올해 졸업한 둘째 선주는 요즘 취직 걱정이 한창이다.

(벽의 작업복+비키니장 10", 둘러앉은 식구들 07")
이런저런 걱정거리에 생활은 변변치 않지만 다 자란 아이들을 보는 재미. 이것을 무엇과 바꿀 수 있을까 싶다.

(베란다 04", 점퍼 입는 07")
하지만 모처럼만의 시간도 미처 여유가 없다.

(걸어오는 13" / 현장 그림 계속)
(인사하고 얘기하고 13")
휴일이라곤 하지만 탄만 캐지 않을 뿐 탄광 전체가 일손을 놓는 것은 아니다.

(빈 사무실 전화 21")
땅 밑 상황이라는 것이 어제 괜찮다고 오늘도 괜찮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갱도 걸어가는 05", 갱도 시야컷 07")
전화만으론 확인할 수 없는 상황들. 그래서 눈으로 확인해야만 안심이 되는 것이 갱도의 안전점검이다.

(측벽 망치질 13", 손으로 만진다+떨어진다 10")
어제까지 고정되어 있던 경석들이 하루새 들떠 있다. 이런 경석들이 떨어지는 낙석은 빈번한 사고 중의 하나다.

(천장 물+ 떨어지는 물+ 도는 천장 물 17")
탄광에선 한 방울의 물도 사고를 일으키는 복병이 되곤 한다. 물에 퍼진 죽탄은 동발로 막을 수 없는 붕락사고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펌프질 점검하는 이 FS. 08" / 현장그림 계속)
(계측기 03", 펌프실 점검 14")
탄광의 모든 작업이 손을 놓아도 멈출 수 없는 것이 바로 갱 안의 물을 퍼올리는 펌프실 작업이다.

(감독관실 새벽 외경 05" / 현장 그림 계속)
(지도 놓고 얘기 부감 08" / 현장 그림 계속)
(지도 위의 볼펜 10", 얘기하고 듣는 사람들 20")
아직 연휴의 뒷맛이 은근할 새벽 3시. 안전감독관 사람들이 사무실에 모였다. 연휴동안 작업을 하지 않은 갱 안의 가스점검 때문이다. 몇 시간 뒤면 아침 작업조가 도착할 것이고 그 전에 서둘러 각 갱내의 가스 점검을 해두어야 한다.

(새벽길 짚차 14" / 현장 그림 계속)
(짚차 대화 17")
이 강덕씨는 올 설도 어머니를 찾아뵙지 못했다. 일 탓이라 생각해도 고향 다녀온 사람이 여간 부럽지 않다.

(헤트라이트 길 09", 차에서 내려 들어간다 12" / 현장 그림 계속)
(가스 측정기 05", 열구리에 찬다 07")
가스 측정기는 갱내 가스 누출을 잡아내는 레이다다. 그 레이다망에 얼마나 많은 양의 가스가 포착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막장으로 들어간다 18")
도계 광업소엔 도계, 중앙, 동덕 3개의 갱이 있다. 그가 택한 곳은 가스가 제일 많은 동덕갱이다.

(계측기 들고 점검 12")
빛 한줄기 새어들지 못하는 지하 막장. 그래도 가스는 어둠 뒤에 몸을 숨기고 있다. 기어이
측정기의 수치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동하는 이 19", 측정기 휘두르며 검사 19")
가스측정기가 잡아낸 메탄가스 양은 0.5%. 어디선가 가스가 새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또 어디서 어떤 형태로 가스가 새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측정기를 거머쥔 이 강덕씨의 손이 집요하게 막장을 더듬어간다. 0.1%의 가스도 갱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에겐 치명적이다. 가스 폭발사고. 그것은 사고가 아니라 재앙에 가깝다. 

(전화 거는 이 13" / 현장음 계속; ~검출 됐어요.)
(전화통 07", 전화하는 이 19")
가스가 새는 갱은 화약고와 같다. 불씨가 될만한 어떤 것도 갱 안에 들여놔선 안된다. 철저한 점검과 단속. 그것만이 사고를 예방한다 믿었지만, 그래도 사고는 터져나왔다.

(전화하는 이 STOP. 37")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사고들이 일어났고 그 때마다 사람들은 그의 손을 필요로 했다. 무너진 막장 곁에서 억장이 무너져 살아온 새월이었다. 그런 그를 주위에선 구조박사라 불렀고 생각지도 않은 큰 상까지 안겨주었다.

(명장 메달+증서 16")
기능인 최고 영예인 명장 칭호. 배우지 못하고 가진 것 없는 그에게 그것은 세상 산 보람이며 명예였다.

(기념사진+대통령 12")
그에겐 모든 게 처음 있는 일이었다. 처음 대통령 얼굴을 보고 악수를 하고, 기념사진까지 함께 찍었다.

(비행기 04")
난생 처음 비행기도 타보고.

(이탈리아 08")
독일로 이탈리아로 난생 처음, 부럽기만 하던 외국 구경도 해봤다.

(동해병원 07" / 현장 그림 계속)
(방사선과 복도, 사람들 만나는 38")
광원 15명이 진폐 검사 신청을 했었다. 누군가 싶었는데, 막상 얼굴을 보니 이 강덕씨는 기가 막힌다.(현장음 계속;~벌써 그렇게 됐어?)

(엑스레이 검사 받는 09")
말이 검사지 이들은 벌써부터 진폐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다.

(엑스레이 검사+보는 15")
합병증 없이는 산재로 인정되지 않는 진폐증.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 이 강덕씨는 이들에게 어쩔 수 없는 자책감을 느낀다.

(복도 08" / 현장 그림계속)
(들어가 손잡고 인사 10", 얘기하는 둘 16", 산소공급기 07")
입원실에서 정년을 맞은 이 용회씨는 함께 근무하던 동료였다. 올때마다 이 강덕씨는 그를 보며 가슴이 아프다.(현장음 계속) 산소호흡기로 연명해야 하는 용회씨는 진폐증이 악화돼 이젠 말하는 것조차 숨이 차다.

(아이들 얘기 15" / 현장음 계속)
(손 만지며 11", 글썽이는 08")
처자식 먹여 살리자고 개의치 않던 탄가루였다. 그것이 가슴을 막고 생활을 막았다. 그리고, 아직 학비 걱정 남아있는 막내 자식 앞길마저 막고 나설지 모를 일이다.

(환자BS 08" / 현장음 계속;~규칙적인 생활하고)
(얘기하는 이 강덕 19")
위로라고 하는 그 말. 어쩌면 그것은 자신에게 하는 이야긴지도 몰았다. 그 역시 합병증만 없을 뿐 진폐증 환자고 막장살이에 그 가슴앓이를 피해갈 사람은 없었다.

(병실 환자들 16")
청춘을 바친다는 게 그런 것이었는지. 캄캄한 막장 속에서 탄가를 들이킬망정 연탄 아궁이
쩔쩔 끓여대던 남들 몰라주는 그 떳떳함이 좋았었는데.

(병원 앞 환자들 23")
다 타버린 연탄재처럼 그렇게 청춘은 가고, 완치되서 병원 문을 나설 수 없는 병들만 세상 무관심 밖으로 버려져 연탄재처럼 조금씩 부서지고 가루 날리는 이제 막장살이는 그런 것인지.

(도계역 전경 06" / 현장음 계속)
(둘러모인 식구들 10", 둘째와 이 강덕 12", 아내와 큰딸,막내 06", 대합실 모인 07",
들어오는 기차, 손 흔드는 선주 36")
그래도 그에겐 남들보다 덜 다친 건강이 있었다. 연휴라고 제대로 챙겨줄 새도 없었고 둘째, 선주의 졸업식에도 가게 될는지 어쩔는지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지만 그래도 정년까진
아이들 뒤를 봐줄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
그 생각만으로도 이 강덕씨는 오늘 이만저만 위안이 되는 게 아니다.(현장음 계속)

(차 들어온다 11" 내리는 사장 04")
년초가 되면 사장의 연례적인 순시가 있어왔다. 그런데 올해는 사장이 다른 일 제쳐두고 황송하게도 이 강덕씨 사무실부터 찾아왔다.

(인사하는 사장과 이 06" / 현장음 계속)
(이 BS. 06" /현장음;~영광입니다. 사장 얘기 08" / 현장음;~명장인줄 모르고)

(얘기 듣는 이, 얘기하는 사장 17")
회상의 가장 큰 자랑. 사장은 그것이 명장이라고 했다. 그런 명장은 전 사원에게 알려야
한다고도 했다. 그런 사장의 배려에 이 강덕씨는 살아온 보람을 느낀다.

(광차타고 오며 설명 13")
사장은 이 강덕씨에게 안내를 부탁했다.

(설명하는 듣는 11")
손금보듯 훤한 일들. 상황 설명을 하는 이 강덕씨의 목소리에 조심스런 신바람이 실린다.

(기계 삽질하는 14", 기계삽질 06", 석탄층 11")
사장의 이번 방문은 연례적인 행사만은 아니였다. 광원들의 작업을 지키보고 격려하는 마음 한편에 사장은 특별한 관심 한 가지를 접어두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아도 광원들이나 이 강덕씨나 모르는바 아니였다.

(설명하는 이 11" / 현장음 계속;~재해 줄 게 될거다)
(사갱 올라오며 헉헉 24" / 현장음 계속)
(막장의 불빛 둘 10" / 현장음 계속; ~거리가 엄청 멀어가지고)

(굴진층 07" / 현장음 계속;제일 조심해야돼.)
(얘기하는 사장과 광원 11", 사장과 광원 13")
사장의 관심은 탄질에 쏠려 있다. 열량이 높은 질 좋은 탄을 캐내는 일. 그것은 도계광업소의 운명을 결정하는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막장을 짓누르는 것은 땅의 압력이 아니라 달라진 세상이다.)

(석탄차 레일 타고 올라간다 11")
석탄은 더 이상 사람들에게 중요한 연료가 아니다. 매력보단 불편한 천덕꾸러기일 뿐이다.

(석탄차 지나간다 05" / 현장음 계속)
(광차 타고가는+운전하는 13")
도계 광업소는 내년이면 합리화조치라는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합리화 조치. 그것은 폐광을 뜻하는 말이다.

(모인 사람들 12")
막장에 기대사는 광원들은 불안하다. 하늘이 무너지는 캄캄함. 그것은 막장에서조차 느껴보지 못한 위기감이다.

(구입자 재가격표 08", 축전차 비질 21")
그렇다고 속수무책으로 밀려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광업소를 살리기 위해 좀 더 일하고 생산을 늘려 회사에 이득을 주고 그래서 폐광만은 면해보고자 열심이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불길한 조짐들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사택전경 05" / 현장음 계속)
(악수하고 앉는 이 +선배명장 15")
~흘리다가~ 이런저런 속걱정 좀 덜까 싶어 마주한 선배 명장들이었다.

(술잔 셋 04", 사람들 FS. 05")
그런데 속 썩는 걱정거리는 오히려 선배 명장들 쪽이 더했다.

(얘기하는 이+이 재형 06", 얘기하는 홍 13", 얘기하는 재형 14")
명장칭호도 무색하게 선배 명장들은 마땅한 일거리도 없이, 사는 게 무료하고 걱정이다.

(재형 얘기 34")
명장이라니까 일시키는 사람이 부담스러워 일도 주지 않고. 자랑이었던 그 명장칭호가 사는데는 오히려 부담스럽단다.

(재형 08" / 현장음 계속; ~옮겼어야 하는 거야.)
(잘린 손 08", 고개 숙인 재형 09", 담배 태우는 이 강덕 15")
손가락까지 잘려가며 평생을 바친 막장살이. 하지만 진작에 옮겨가지 못한 것이 잘려나간 손마디보다 더 아프고, 지금은  아파트 경비자리가 소원이라 하고. 이 강덕씨는 담배를 빨며 속이 탄다. 그래도 선배들은 자식 교육이라도 마쳤지 않은가. 2년 뒤면 정년이고 그나마 월급이라는 게... 생각하면 사는 게 막장 같기만 하다.

(불 켜진 가로등+베란다 전경 07" / 현장그림 계속)
(안마하고 받는 둘 33")
~ 흘리다가 ~
30년 넘도록 아내라고 어느 하룬들 막장살이하는 남편 걱정에 맘 편해 본적이 있었을까. 거기다 박봉의 살림 걱정까지. 30년 넘게 받아온 아내의 안마가 오늘따라 이 강덕씨는 맵고 아프다.

(광업소 부감+굴뚝연기 06" / 현장 그림 계속)
(중앙보갱간판+엿보이는 사람들 15" / 현장그림 계속)

(얘기하는 노조원장 11")
어느새, 탄광을 떠난 사람이 500명이 넘는다. 그래도 남은 사람들은 탄광을 살리기 위한 자구책을 생각했다.

(얘기 듣는 사람들 15")
유노동 무임금, 광원들은 하루 일당을 받지 않고 막장에 들어가겠다고 모였다.

(얘기하고 듣는 05" / 현장음 계속; 여러분과 저는 변함이 없습니다.)

(듣는 광원 11", 얘기하는 원장 18")
하루 일당을 받지 않고 일한다는 그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겠는가. 하지만 회사 경영을 흑자로 돌리고자 하는 이런 마음과 사정을 세상에 알릴 수 있다면. 그것이 모두가 바래는 간절한 생각이다.

(사무실 나오는 사람들 05" / 현장 그림 계속)
(광차 갱으로 향하고 08" / 현장 그림 계속)

(인차 타는 사람들 10", 갱으로 들어가는 인차 20")
회사의 흑자 경영. 그것이 이들이 풀어야할 문제고 그것만이 광업소와 도계 모두를 살리는 길이다. 비록 그 길이 지하 땅 끝 어둔 미로 속이라고 해도.(현장 그림 계속)

(천장 시야 컷 02", 이 강덕 10")
사람들이 팔 걷어부친 마당에 막장 시어머니인 그의 잔소리가 놀고 있을 수는 없다.

(잔소리 25" / 현장음 계속; ~ 재해 줄여라, 꼭 해야돼.)

(톱질하는 12")
이 강덕씨는 그 대로 안전사고 예방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사고는 당하는 사람도 문제지만
전체적으로 회사 경영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된다. 잘해보자는 것이고, 그래서 모두가 살아 남자는 일이다. 물러설 자리는 아무 데도 없다.

(발파점검하는 07", 다이너마이트 지르고 다지고 18", 쑤셔넣는+줄 연결+서둘러 나가는 24")
(현장은 계속; ~서서히)
발파작업은 28도 막장에서도 식은 땀이 돋을만큼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까다롭고 신경 쓰이는 작업이다.

(현장음 계속)
(허둥대는 꽁무니+발파 14" / 현장음 계속)

(들어가는 07", 꿇린 거 PAN. 04")
산이 우는 소리. 그리고 탄가루 덮힌 칠흑의 어둠. 발파 후의 막장은 가슴 두근대게 하는 흥분이 있다.

(까진 석탄층 04")
기대보다 탄층이 멋지게 깨졌다.

(주의 사항 얘기하는 20", 주위 주고 돌아보는 09")
막 깨진 탄들은 헬맷 불빛을 받으며 보석처럼 아름답다. 검은 다이아몬드라 부르는 석탄들. 오늘처럼 아무 사고 없이 이런 좋은 탄들이 깨져준다면.
그리고 모든 날들이 오늘같기만 하다면. 욕심이라면 그 욕심 하나 부려보고 싶다.

(숨 소리와 함께 걸어가는 15")
지금 지상은 무슨 빛으로 밝을까. 실핏줄처럼 엉킨 길은 어둡고. 주먹덩이 만한 불빛 하나로 의지하는 막장 가는 길은 숨이 가쁘다.

(막장 갱도 시야컷 19", Stop에 숨소리12")
걸어서 다가가는 이 어둠 속 이야기를 다는 들려줄 수 없겠지만. 그래도 한평생 가슴에 묻어둔 탄가루 같은 이야기는 있다. 이 길을 지우지 말아달라는. 네, 그렇습니다. 여기도 사람 사는 세상입니다. 



목탄새

임자,
갱에선 암만케도
휘파람을 부는 게 아니여.
그기 맨 짐 오는 소리 맞잡이거든
있잖혀, 갱 무너지려
신음하는 소리
그기 우덜 말로
짐인 겨...

짐이 오고 태산같은 신음소리 수직갱을 덮쳤더란다 아무도 살아 돌아오지 못한 오백미터 마이너스 해발 막장 인생들 시신도 없이 빈 작업복 태우는 푸른 연기만 검뎅이 묻혀 마을을 흐느껴대고 시커먼 죽탄 검은 눈물자국들 우우우우 짐승소리로 울컥울컥 도랑을 넘쳤더란다 사람들은 몰려가 곡괭이날 퍼렇게 광업소 유리창을 깨고 탄가루 서걱이는 몇 다발 지폐로 뿔뿔이 흩어졌지만 죽지 않으려 울음의 뼈를 찍어 나르던 마이너스 해발 무너진 막장은 잊혀진 채 흉흉한 전설이 되고 봄이 와도 꽃 한 송이 필 것 없는 컴컴한 날을 상장(喪章)나비들만 분분히 떠돌았단다 폐광 막장 녹슨 광차를 몰고가는 석탄기 고생대 엉킨 목숨들 엉킨 채 한 덩이 탄맥이 되어버린 김씨 이씨 강씨 더 많은 무명씨들의 어깨죽지들 시커멓게 퍼덕이는 석탄기 목숨의 엉킨 꿈들만 폐광마을 하늘을 날아오르고 그 때 사람들은 보았더란다 휘파람 소리로 마을을 울어대는 목탄새들을 날개 치면 칠수록 全生이 부서져 가는 기어이 눈물져 한 줌 죽탄으로 추락하는 목탄새들을.